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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제 7 호 ‘솔직함’의 가면을 쓴 ‘무례함’

  • 작성일 2024-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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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회수 2292
정지은

‘솔직함’의 가면을 쓴 ‘무례함’

정지은 정기자

 

  구독자 318만 명을 자랑하던 인기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을 아는가. 이들의 구독자는 현재 292만 명으로 급감한 상태이다. 이들의 구독자 감소는 지난달 한 영상을 올리며 시작되었다. 해당 영상은 피식대학의 시리즈물 중 하나인 ‘메이드 인 경상도’의 영양 편이다. ‘메이드 인 경상도’는 피식대학 멤버들이 돌아다니며 경상도 지역 곳곳을 소개하는 여행 콘텐츠인데, 영양 편에서 멤버들의 영양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 지역 비하로 논란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경북 영양에 대해 인구수가 1만 5천 명이라며, "100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장수 마을이라고 소개했고, 이에 한 멤버는 "이런 지역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냐?"며 "여기 중국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한 식당의 메뉴가 너무 특색이 없다고 말하며, 아무리 그들의 개그를 즐기던 사람들이더라도 눈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피식대학을 즐겨보던 사람들조차 이번 영상에는 유독 어딘가의 아슬아슬한 불편함을 느꼈다는 피드백을 남겼다. 피식대학의 방문에 영양 공무원들은 지역 홍보를 기대하던 상황임에도,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 여기까지만 할게.”라며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이들이 잠깐이나마 영상에서 보인 이러한 태도에 사람들은 ‘무례하다.’는 평을 내렸고, 그 평가는 26만 명의 구독자 감소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솔직하고 소탈한 개그를 하여 유쾌함을 주었던 그들의 개그이지만, 이번에는 ‘선’을 지키지 못했다. 그들을 두둔하는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그저 자신들이 느낀 바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한 것이 왜 잘못이냐고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평가’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 속에서 느껴진 멤버들의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과 해당 영상으로 하여 주민들이 느낀 불편함과 멋쩍음이라는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 분명 그들의 아이디어로 충분히 유머러스하고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그 순간의 언행만큼은 솔직함이 아니었다.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이었을 뿐이다. ‘솔직함’과 ‘무례함’ 그 경계는 과연 어디쯤 있을까.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정말 너를 위해서야. 친구로서 솔직하게 말하는 거니까 오해하지 않길 바라.”

 

  “사람은 누구나 솔직해야 해. 솔직한 사람은 매력적이야.”라는 말은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누군가 상처를 받을까 돌려서 이야기하다가 제대로 원하는 바를 전달하지 못하는 것보다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성격상, “에둘러 말하지 말고, 그냥 얘기해.”라는 말을 들어 온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들의 당당함과 거침없음을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어렵지만 이에 대해 실제로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사랑받는 캐릭터들은 모두 ‘솔직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매력을 느낀다. 돌려서 말하다가 괜한 오해를 사는 것보다,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여 헷갈림 없이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일명 ‘사이다’를 느껴 대리 만족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남이 상처받을까, 혹은 자신이 나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 속을 숨기는 태도는 대입하여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내부 상황을 모르는 객관적인 시청자의 시선에서는 그저 답답하기도 하고 비겁한 태도로 느껴짐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자신의 마음을 숨김없이 공개하는 것이 솔직한 것일까?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기보다, 거짓됨 없이 온전하게 마음을 전달하는 것은 과연 솔직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솔직하지 않음’과 ‘거짓말’은 같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 주위를 둘러봐도 솔직함이라는 가면으로 무례함을 숨겨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안 해도 될 말임에도, 이 말을 하지 않으면 마치 자신이 거짓말이라도 하는 것 같은 간질거림을 핑계로 말하는 것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기준을 감히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사전에만 따르더라도 ‘솔직(率直)함’은 거짓이나 숨김이 없이 바르고 곧은 것을 이야기한다. 그저 꾸밈없이 자신의 속마음을 담백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반면에 ‘무례(無禮)함’은 단어 그대로 태도나 말에 예의가 없는 것. 고로 타인의 잘못을 들춰내고, 자신의 의견만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차이는 종이 한 장처럼 얇은 경계에 놓여있다고 느껴진다. 분명 두 단어 모두 언행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떤 것은 긍정적이고, 어떤 것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솔직함의 선을 넘어 뾰족함을 건넨다면 누군가는 상처를 받고, 이 선을 넘지 않고 마음을 잘 전달한다면 진정한 소통이 가능해진다. 솔직함은 자신의 진심 어린 감정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한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반면, 무례함은 자신만을 생각하며,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무방비한 언행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만 내세우게 된다면 우리는 관계를 얕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 세상의 사람들 중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단지, 하고 싶지 않아서 하지 않을 뿐. 다들 상대에게 무례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中

 

  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이 익명으로 쉽게 생각을 남길 수 있게 만들었고, 공감을 누르는 터치 한 번으로 나의 호불호를 나타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대가 흐를수록, 많은 사람이 각자의 생각을 오랜 시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표현하는 경향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 것 같다. 그 속에서 우리는 무례함이 당연한 것이 되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자연스럽게 본인의 선호도와 의견은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내뱉기 전, 자신의 언행이 누군가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솔직해. 나는 그냥 그런 사람이야.”라며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자. 혹여 솔직하지 않은 건 모두 가식이고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았는가. 필자도 스스로 돌아보았다. ‘솔직함’의 태도를 갖추기로 마음을 먹고, 때로 아무 생각 없이 웃음을 위해 이야기들을 내뱉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괜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는 생각에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대화 내부에 속해있는 누군가의 표정을 보면 내 말이 미친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눈치가 있다면 대강 짐작이 가능하다. 그 순간부터는 내가 한 말이 혹시나 그들에게 불편함으로 다가오진 않았을지, 저 표정 너머에는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생각하고 신경 쓰게 된다. 이는 마음이 불편하고 더욱 언행에 주의해야겠다고 집에 돌아가 늘 반성하고 다짐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솔직함은 분명 웃음과 재미를 줄 수 있다. 남에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는 생각에 스스로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고, 상대로 하여 어색하던 벽이 허물어지고 더욱 친해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장점이 있는 ‘솔직함’임에도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면, 이는 ‘무례함’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누군가에게는 불편함과 어색함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상대는 이---만큼의 먼 거리라고 느끼고 있는데, 선뜻 가까워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에 더욱 부담을 느끼게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솔직함과 무례함의 경계를 알고, 내 마음을 건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심적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내가 기분이 나쁘면, 상대도 충분히 기분 나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늘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돌아보고 대화를 할 때 적당한 선을 지키며, 자신의 마음을 꾸밈없이 솔직하고 예쁘게 말할 수만 있다면 상대가 헷갈리는 상황도, 누군가가 기분 나쁜 상황도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누군가와 대화할 때, 그 상대가 아무리 친한 사이라 하더라도 늘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지니고 솔직해지기로 스스로 되뇌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다연, <피식대학, 논란 이후 결국 ‘영상 올스톱’>, 스포츠월드, 2024.06.25.

https://www.sportsworldi.com/newsView/20240625513608

양아라, <'피식대학' 이용주·김민수·정재형이 경북 영양서 선 넘는 무례한 말 남발했는데 논란 이후 그들이 보여준 행동에 할 말을 잃게 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24.05.17.

https://www.huffingtonpost.kr/news/articleView.html?idxno=220205

홍현태,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딥앤와이드, 2022.04.28.